김대건 신부 탄생 200년…솔뫼·나바위성당 '북적' [고두현의 문화살롱]

입력 2021-11-26 17:45   수정 2021-11-27 00:11

우리나라 최초의 가톨릭 사제 김대건 신부. 그가 태어난 1821년, 전국에 콜레라가 창궐했다. 몇 달 새 1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그 난리통에 미래의 성인(聖人)이 탄생했다. 출생지는 충청도 면천군 송산리. 지금의 당진시 솔뫼로 132번지다. 솔뫼는 ‘소나무가 많은 산(松山)’의 우리말 지명이다.

이곳은 4대에 걸쳐 11명이 순교한 김대건 가문의 ‘신앙의 못자리’다. ‘한국의 베들레헴’으로도 불린다. 그가 태어났을 때 증조할아버지와 작은할아버지는 순교한 뒤였다. 18세 때는 아버지가 순교했다. 그 또한 26세로 뒤를 이었다.


이 마을에 그의 생가가 복원돼 있다. 앞마당에는 2014년 이곳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도 모습을 본뜬 조각상이 앉아 있다. 교황이 다녀간 뒤로 연간 외국인 7000여 명을 포함해 40만여 명이 방문하는 명소가 됐다.

그가 일곱 살 나던 해에는 온 집안이 박해를 피해 경기 용인 골배마실로 이주했다. 이곳에서 소년기를 보낸 그는 15세 때 프랑스인 신부 피에르 모방의 눈에 들어 신학생으로 발탁됐다. 골배마실에서 3㎞ 떨어진 은이(隱里·숨어 사는 마을) 공소에서 ‘안드레아’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았다. 그해 동갑내기인 최양업과 한 살 위인 최방제도 신학생으로 뽑혔다. 세 소년은 곧 파리외방전교회가 중국 마카오에 세운 조선신학교에서 신학과 라틴어, 프랑스어, 철학 등 서양학문을 배우기 시작했다.

24세 때인 1845년 8월 17일, 그는 상하이 진자샹(金家港)성당에서 페레올 주교로부터 조선인 최초로 사제품을 받고 신부가 됐다. 2주일 후 페레올 주교와 다블뤼 신부, 11명의 교우와 작은 어선 ‘라파엘호’를 타고 귀국길에 올랐다. 그러나 풍랑으로 산둥성을 거쳐 제주 해안까지 표류하다 42일 만인 10월 12일 밤에야 금강 하류인 전북 익산 나바위에 도착했다.

이후 약 1년간 조선교구 부교구장으로 전교하다 관헌에게 붙잡혀 1846년 9월 16일 서울 새남터에서 순교했다. 그로부터 36년 뒤인 1882년 나바위에 공소가 설립되고 1907년에는 나바위성당이 건립됐다. 명동성당 설계자인 푸아넬 신부의 설계로 처음엔 한옥으로 지었다가 흙벽을 벽돌로 바꾸고, 성당 입구에 고딕식 벽돌로 종탑을 세웠다. ‘한옥’과 ‘고딕’ 양식이 조화를 이룬 성당은 이곳이 유일하다.


성당 내부를 보면 남녀 자리를 구분하던 칸막이 기둥이 남아 있다. 창문에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니라 한지가 붙어 있다. 채색 유리판을 구하기 어려웠던 당시 신자들이 한지에 그림을 그려 붙이던 전통은 10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성당 뒤편 산책로를 따라오르면 김대건 신부 성상이 있고, 그 옆의 성모 마리아상을 중심으로 1200명이 미사를 볼 수 있는 성모동산이 있다. 산 정상으로 올라가면 1955년 김대건 신부 시복 30주년을 기념한 순교기념탑을 볼 수 있다. 지난 8월에는 귀국길에 타고 왔던 ‘라파엘호’가 복원돼 순례객을 맞고 있다. 길이 13.5m, 폭 4.8m, 높이 2.1m의 작은 배에 신부 3명과 신자 11명이 타고 모진 풍랑에 시달렸으니 고초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할 만하다.

경기 안성 미리내성지에는 김 신부의 유해가 묻혀 있다. 그의 어머니와 사제품을 준 페레올 주교 묘도 함께 있다. 이곳 지명 미리내는 신유박해(1801년)와 기해박해(1839년)를 피해 숨어든 신자들의 집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은하수(미리내)처럼 보였다는 데서 유래했다.

그가 세례를 받은 은이마을에서 미리내성지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세 개의 고개가 있다. 신덕고개(은이 고개)와 망덕고개(해실이 고개), 애덕고개(오두재 고개)로 불리는 이곳은 김대건 신부가 생전에 넘나들며 사목활동을 했던 곳이다. 순교 후 유해가 이 고개들을 넘어 미리내성지로 옮겨졌다.

이곳을 비롯해 그의 성지와 유산을 찾는 도보순례객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질곡의 시대를 신앙의 힘으로 넘은 순교 성인의 ‘짧고 긴 생애’가 그 길에 펼쳐져 있다. 늦가을 노을빛이 하늘 저편 미리내까지 붉게 채색하는 듯하다.

■ 일대기·순교 다룬 영화 '탄생' 내년 개봉
윤시윤·이호원·안성기 등 출연


김 신부는 유네스코에 의해 2021년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됐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이와 함께 그의 탄생 200주년을 기리는 ‘희년(禧年) 행사’를 지난해부터 펼쳤다. 27일에는 전국 교구에서 폐막 미사가 열린다. 가톨릭에서 희년은 구약성경 시대부터 유래된 전통으로 교회 역사의 중요한 사건을 50주년이나 100주년 단위로 기념한다. 김 신부 희년을 앞두고 지난 1년간 전국에서 성지순례와 캠페인 등이 이어졌다. 그의 200회 생일인 8월 21일에는 고향의 솔뫼성지를 비롯한 유적 성지들에서 일제히 기념 미사가 봉헌됐다.

그의 생애를 다룬 영화 ‘탄생’(박흥식 감독)도 제작된다. 이 영화는 청년 김대건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로 거듭나고 안타깝게 순교하는 과정을 그린다. 배우 윤시윤이 김대건 역을 맡고, 그의 조력자인 최양업을 이호원이 연기한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안성기도 출연한다. 제작진은 지난 11일 제작발표회를 연 데 이어 이달 말부터 촬영에 들어가 내년 11월 개봉할 예정이다.

한국시인협회는 당진문화재단과 함께 김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시집 《내 안에 너 있으리라》(시인생각 펴냄)를 발간했다. 김남조, 허영자, 이근배, 김종해, 오세영, 유안진, 신달자, 문정희, 나태주, 유자효, 정호승 등 원로·중견 시인 72명이 시를 헌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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